유럽 증시의 상승세에 브레이크를 건 트럼프 관세 정책…투자자들의 불안 커져
2025년 3월,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돌출적 무역 정책에 또 한 번 요동치고 있다. 특히 유럽 시장은 이러한 불안정성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장이 되고 있으며,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예고된 자동차 수입 관세(25%) 강행 방침은 유로 강세와 유럽 증시 상승 흐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평가다.
3월 들어 유럽 주요 주요 지수는 독일 DAX를 필두로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이제 많은 투자자들이 이 ‘유로포리아(Europhoria)’랠리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으며, 포트폴리오 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는 단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때문만은 아니다. 침체기에서 반등 조짐을 보이던 유럽 경제가 실질적 구조개혁 없이 단기적 부양 정책으로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합리적 우려가 기반하고 있다.
트럼프의 '해방의 날' 예고…투자자들 전략 재조정
지난 3월 말, 유럽 금융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리버레이션 데이(Liberation Day·4월 2일)’라는 명명 아래, 미국이 대대적인 보복 관세를 발동할 것이라는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한 줄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전율하게 만든 이유는 단순하다. 이 발언이 현실화된다면 유럽과 미국 간 신뢰관계는 물론, 세계 경제 전체에 치명적인 파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장 시장에 반영되었다. 독일 자동차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단 하루 만에 수십억 유로 증발했고, 유럽의 MSCI 지수는 최대 2%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아문디(Amundi)는 유로화 롱 포지션을 철회했고, 유럽 주식 보유 비중도 줄였다는 사실을 공식화했다.
사실상 유럽 주식 상승세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종료되었고, 이제 투자자들은 다음 수익 포인트를 찾기 위한 치열한 재편 중이라 할 수 있다.
유럽 경제 회복 ‘희망 고문’인가 실체인가
백화점식 경기부양 공약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저금리 기조 지속 등은 올 1분기 유럽 증시의 기세 등등한 상승세를 만들었다. 특히 독일 DAX는 2022년 이후 최고의 분기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유로화는 3월 중순 한때 1.095달러까지 상승해 5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이는 일부 투자자들에게 ‘기대가 너무 앞섰다’는 인식을 남겼다. 유럽의 경제 회복은 아직 엄밀히 말해 초입 단계이며, 실제 경제 데이터는 아직도 냉정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예컨대 Citi의 유로존 경제 기대 지표는 2월 이후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으나, 실제 경제 활동이 1년 평균치를 상회하지 못하고 있어 그 지속성에 대해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또한 유럽 각국에서 발표하는 산업생산, 소비지출, 제조업 지수 등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무역전쟁 가능성이라는 외부 악재는 유럽 금융 및 실물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의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실질적 대응 없으면 ‘느린 고통’ 불가피
이미 과거 유럽중앙은행 총재였던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는 ‘유럽은 느린 고통(slow agony)에 직면해 있다’는 경고를 한 바 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획기적인 산업정책 개편과 유기적인 투자 집행, 그리고 젊은 인재를 중심으로 한 혁신 활성화를 제안했지만, 그 중 실행된 것은 많지 않다.
전문가들도 이번 유럽 증시의 반등에는 새로운 ‘불꽃(trigger)’이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유럽산 자동차가 미국에서 타깃이 되며 타격을 받는 상황에서, 단순한 재정 정책만으로 증시 흐름을 회복하기란 역부족이라는 현실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크테(Pictet)의 수석 전략가 루카 파올리니는 “이번 상승장은 쉽게 얻었던 수익이었다. 이제 리스크 관리에 신경 써야 할 시점”이라며 유럽 편입 비중 축소 행보를 내비쳤다.
해외 자산운용사들의 움직임: 유럽 줄이고 불확실성 대응 나서
유럽 내 경기 부양 기대감에 베팅했던 주요 운용사들도 서서히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자산운용사 | 전략 변화 요약 |
---|---|
Amundi | 유로화 포지션 축소, 유럽 주식 비중 대비 축소 |
Legal & General | 유로화 상승 베팅 축소 |
Arbuthnot Latham | 유럽 주식 비중 축소, 다만 긍정 기조 유지 |
Royal London | 미국 주식 줄이고 유럽 비중 상대적으로 확대 |
Russell Investments | 유럽 주식 '약간의 우위' 유지, 추가 확대 없음 |
이처럼 운용사마다 시각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이 정책 리스크를 반영한 차익 실현과 유동성 확보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점은 일맥상통한다.
이른 시일 내에 미국 정부의 관세 방침과 유럽 각국의 경제 대응책이 명확해지지 않는다면, 한동안 유럽 증시의 상승 동력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시사점: 글로벌 경제는 더 이상 고립적이지 않다
이번 사태는 단지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경제는 상호 얽히고설킨 경제망 속에 존재하고 있으며, 미국의 정책 변화가 타 대륙 자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시차(shockwave)’ 구조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도 무역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유럽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분야 기업들은 이미 발생한 무역 리스크와 더불어, 장기적으로 첨단 산업에서의 기술력 확보 및 시장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또한, 투자자 입장에서도 단기 수익률에만 집착하기보다는 리스크 요인을 명확히 인식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인 자산 배분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이번 상황은 시사하고 있다.
마무리하며: 진짜 위기는 불확실성이다
이번 유럽 증시 상황을 보며 느낀 점은 단순하다. 시장은 언제나 상승할 수도, 하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이유 없는 상승’일 때, 또는 ‘정책 리스크’라는 예측 불가능한 요인이 얽힐 때 가장 위험해진다.
트럼프의 돌발적 행보는 많은 투자자들과 정책당국자들에게 경각심을 주었다. 불확실성이 리스크로 전환되기 전에 대응한다는 자세가 결국 자산 방어의 핵심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2025년 4월 2일, 이른바 ‘해방의 날’은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유럽 시장에는 긴장과 혼란을 안길 가능성이 높다. 이제 정말 중요한 것은 시장의 열광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할지를 고민하는 진짜 투자자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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